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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농부와의 직거래, 진짜 공정무역은 로컬에서 시작된다

by recode-1 2025. 4. 15.

1. 마트의 할인보다 중요한 것 – ‘가격’ 말고 ‘가치’로 사는 경험

마트에 가면 항상 할인 배너가 붙어 있죠.
“2+1”, “초특가”, “당일 한정”.
처음엔 이런 문구를 보면 무조건 싸게 사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식의 소비가 누구에게도 이득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이상했어요.
계란 한 판에 4,000원이라는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선 좋지만,
과연 그걸 납품한 농부는 정당한 값을 받았을까?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보이는 채소들,
너무 반짝이는 포장에 가려진 진짜 생산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직거래’를 생각하게 됐고,
직접 농부에게서 식재료를 사는 경험을 하면서
가격 중심에서 가치 중심의 소비로 바뀌게 되었어요.

농부와의 직거래, 진짜 공정무역은 로컬에서 시작된다

2. 진짜 공정무역은 멀리 있지 않다 – ‘지역 농부와의 직거래’가 만드는 균형

공정무역이라 하면 흔히 아프리카의 커피, 동남아의 카카오, 남미의 바나나를 떠올립니다.
물론 그런 국제적 공정무역도 중요하지만,
우리 지역 농부들이 겪는 유통 구조의 불공정성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트나 도매시장에 납품하려면 중간 유통 단계가 많고, 그만큼 수익은 줄어들고,
생산자는 힘들게 일해도 겨우 최저가격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반면, 직거래는 중간 유통 없이 소비자가 정당한 가격을 직접 지불함으로써
생산자에게 온전히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예요.

그걸 직접 경험하고 나니,
“커피도 공정하게, 채소도 공정하게”라는 말이 진짜 실감 났습니다.
진짜 공정무역은 내 지역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3. 한 단의 상추에 담긴 이야기 – ‘얼굴 있는 먹거리’가 주는 신뢰

어느 날 직거래 장터에서 상추 한 단을 샀습니다.
흙이 덜 털려 있었고, 겉잎은 조금 거칠었지만
그 속엔 비닐 포장 속 상추에선 느낄 수 없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따서 오늘 가져온 거예요.
요즘 일교차가 커서 잎이 두툼하게 잘 자라요.”
이 한마디를 들으며 상추를 보니,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누군가의 노동과 계절이 담긴 생명이었어요.

그 상추를 씻고, 다듬고, 밥상에 올리는 동안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정성껏 자란 걸, 너무 싸게 사는 건 오히려 예의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요.

직거래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주고받는 거래라는 걸 상추 한 단이 가르쳐줬습니다.

 

4. 소비자도 바뀌고 있다 – ‘제 값을 지불하는 기쁨’

솔직히 처음엔 직거래로 사는 게 좀 부담스러웠어요.
마트보다 약간 비쌌고, 직접 가서 사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었죠.
그런데 몇 번 하다 보니,
‘싸게 사는 기쁨’보다 ‘제 값을 지불하는 만족감’이 더 크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 농부의 채소를 사고 나면,
단순한 손익 계산이 아니라 좋은 걸 먹였다는 안도감이 남고,
어쩌면 그분이 내일도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이 들자
‘오늘 뭐 싸게 샀지?’보다
‘오늘 누구에게 돈을 지불했는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 소비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면, 그건 소비 그 이상입니다.

 

5. 작지만 진짜 공정한 소비 –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변화’

요즘은 정기적으로 꾸러미도 받고,
장날에는 일부러 직거래 장터를 들러요.
한정된 예산 안에서도 더 신선하고, 더 믿을 수 있고,
더 정당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확신
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공정무역이 멀고 거창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로컬푸드 직거래는 아주 가까운, 실천 가능한 공정무역의 첫걸음이었습니다.
특별한 인증 마크가 없어도,
그 사람의 손과 표정, 말 한마디가 가장 정직한 인증이 되어주니까요.

이제 저는 단지 채소를 사는 게 아니라,
나의 소비로 한 사람의 삶을 응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게 로컬에서 시작되는 진짜 공정무역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