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컬푸드 = 친환경? 그 공식이 항상 맞는 건 아닙니다
요즘 장 보러 갈 때마다 ‘로컬푸드’ 코너가 점점 눈에 띄게 늘고 있죠.
‘국산’, ‘지역 직송’, ‘당일 수확’ 같은 문구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아, 이건 친환경이겠구나” 하는 인식이 따라옵니다.
저 역시 처음엔 그렇게 믿었어요.
하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로컬’이라는 단어와 ‘친환경’이라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라 해도,
화학비료나 농약을 많이 썼다면 환경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일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로컬이지만 일반 농법’으로 재배된 작물이 다수인 경우도 있어요.
물론 가까운 곳에서 온 만큼 푸드마일리지는 줄었지만,
그게 곧바로 친환경 인증의 기준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로컬푸드가 무조건 친환경이라는 고정관념은,
어쩌면 우리가 ‘착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위안이 필요해서 만든 이미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이동 거리 줄이면 탄소가 줄어드나? – 푸드마일리지의 진짜 의미
로컬푸드가 환경에 좋다고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푸드마일리지’ 때문이에요.
‘푸드마일리지’란 말 그대로 식재료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이동한 거리를 뜻하는데,
이 거리만 짧아져도 운송에 쓰이는 연료, 포장재, 냉장 시스템 등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는 논리입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 온 사과보다,
충북 제천에서 아침에 수확한 사과를 그날 점심에 먹는 게 훨씬 친환경일 수 있겠죠.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기에도 현실적인 조건이 따릅니다.
직거래가 아니고, 지역 내에서도 냉장차로 멀리 운반하거나, 복잡한 유통 구조를 거친다면
푸드마일리지 효과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 어떤 로컬푸드도 ‘도심에 있는 유통 센터’라는 거대한 관문을 지나기도 하거든요.
‘로컬’이더라도, 그 뒤에 따라붙는 구조에 따라 친환경성은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3. 로컬푸드, 포장까지도 친환경일까? – 비닐과 스티로폼 사이
솔직히 가장 아이러니했던 순간은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입한 채소를 집에 가져왔을 때였습니다.
당일 수확한 제철 채소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비닐팩 두 겹, 스티로폼 받침, 테이프까지 겹겹이 포장된 상태였거든요.
“이게 정말 친환경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죠.
물론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려는 의도는 이해해요.
하지만 소비자로서 **‘친환경을 위해 로컬푸드를 선택했는데, 포장 쓰레기가 늘어나는 건 모순’**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지자체에서는
다회용 용기 반납제, 비닐 최소화 패키지, 종이 포장 유도 캠페인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범사업’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로컬푸드의 친환경성은 ‘포장’이라는 마지막 단계에서 삐끗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로컬푸드를 고르는 이유 – 소비자의 실천 가능성
이쯤 되면 “로컬푸드도 완벽한 친환경은 아니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로컬푸드를 고릅니다.
그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가장 실현 가능한 선택’이기 때문이에요.
멀리 있는 유기농보다,
가까이서 자란 무농약 채소 한 단이 더 현실적인 친환경이 될 수 있고,
농약을 쓰긴 했더라도 누가 길렀는지 알고, 최소한의 거리로 온 먹거리는
내가 소비자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과 관심을 담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고민을 계속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로컬푸드 시장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로컬’이 아니라,
친환경을 넘어 윤리적이고 투명한 유통까지 이어지는 진짜 로컬푸드를 기대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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