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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마을 기업과 로컬푸드가 만든 공동체 회복 스토리

by recode-1 2025. 4. 22.

1. 텅 빈 마을 회관에서 시작된 변화 – “로컬푸드 마을기업의 탄생”

경북 의성의 작은 마을,
몇 년 전만 해도 청년 한 명 보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회관도 늘 닫혀 있고, 마을엔 할머니들만 몇 분 남아 밭일을 하셨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마을 회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도시에서 누가 놀러 왔나’ 싶었는데,
사실은 이 마을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로컬푸드 꾸러미를 만드는 마을기업이 생긴 거였어요.

그 중심엔 귀농 6년 차 된 부부가 있었고,
처음엔 자신들이 키운 상추랑 감자를 모아
인근 도시로 ‘직접’ 가져다주는 식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꾸러미를 받은 도시 소비자들이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하다’, ‘할머니 농작물도 팔아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구조가 된 거죠.

사업자 등록부터 제품 스티커 하나까지
다 같이 모여서 회의하고 결정하면서
‘우리 마을 일이니까 함께 하자’는 분위기가 회복됐다고 합니다.
그 전까진 누구 하나 큰소리 내는 사람 없던 마을에서요.

 

2. 밥상에서 이어진 관계 – “먹는 일이 연결의 통로가 되다”

이 마을기업의 꾸러미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어요.
단순히 고구마, 상추 같은 작물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매번 작은 손편지와 마을 사람들의 짧은 인사말이 함께 들어간다는 점이죠.
예를 들면,
“이번 감자는 서리 맞기 전에 급히 캤어요. 껍질은 얇아도 맛은 좋습니다.”
이런 정겨운 말이 함께 오면,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받는 느낌이 들어요.

꾸러미를 받은 도시 소비자들은 SNS에 리뷰도 남기고,
어떤 분은 실제로 마을로 찾아와 농촌 체험을 신청하기도 했대요.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분기마다 ‘꾸러미 회원의 날’을 열어
마을에서 하루 살기 프로그램, 수확 체험, 함께 밥 먹는 자리까지 열리는 수준이 되었어요.

이처럼 로컬푸드는 단순한 생산품이 아니라
도시와 마을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작지만 진짜 마을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었어요.
먹는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니까요.

마을 기업과 로컬푸드가 만든 공동체 회복 스토리

3.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로 – “마을 어르신의 손이 다시 바빠지다”

마을기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할머니들이 다시 땅을 돌보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예전엔 팔 데도 없고, 먹을 만큼만 심었던 작물들이
이젠 꾸러미 구성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밭을 가꾸고, 잡초를 뽑고, 수확을 준비하게 된 거죠.

물론 큰 수익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채소는 내일 꾸러미에 들어가’, ‘도시에 있는 누군가가 먹을 거야’라는 생각만으로도
삶의 리듬이 달라진다고 하셨어요.
그 감정이야말로 돈보다 큰 동기이자,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에너지가 아닐까요?

게다가 수확, 포장, 배송 준비 등
작은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게 생기면서
‘쓸모 있는 삶’에 대한 자존감도 덩달아 올라갔다고 해요.
이건 단순히 일자리를 만든 게 아니라
함께할 일이 생긴 마을의 이야기인 겁니다.

 

4. 공동체는 다시 밥상에서 시작된다 – “마을기업이 남긴 진짜 변화”

이 마을기업은 요즘, 마을회관 한쪽을 개조해
로컬푸드 공방과 조리실을 운영 중입니다.
장아찌를 담그고, 고추장을 직접 만들고,
남는 농산물은 말려서 저장하거나 가공해서
작은 플리마켓에도 내놓고 있어요.
전엔 생각도 못 했던 일들이 하나씩,
‘마을 사람끼리니까 할 수 있는 일’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가장 큰 변화는 뭐였냐고 물었더니
한 어르신이 웃으며 그러셨어요.
“예전엔 그냥 밭일만 했는데,
이젠 뭘 어떻게 심으면 좋을지 옆집이랑 상의하게 됐어요.
같이 사는 느낌이 이제야 나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마을기업이 만든 건 꾸러미도 아니고, 매출도 아니고
사라졌던 관계의 온기
였던 거죠.